전업 투자자로서의 현실적인 일상
많은 사람이 ‘전업 투자’ 하면 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여유롭게 시장을 분석한 뒤 눌러 앉아 클릭 몇 번으로 수익을 내는 모습을 상상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달랐어요. 투자 자체보다 그 하루를 온전히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이 엄청났어요.
무한한 자유가 오히려 족쇄가 되다
처음 며칠은 정말 좋았어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찼고, 아침 9시에 커피를 마시며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를 여는 느낌은 어딘가 ‘성공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서 루틴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정해진 출근도 없고, 강제성이 없다는 건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무기력함으로 이어졌어요. 늦잠을 자고, 시장이 열리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고, 오전 11시쯤 되면 ‘오늘은 건질 게 없나 보네’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있기도 했어요.
문제는 이런 하루가 반복되면 뇌가 둔해진다는 거예요. 책임은 오롯이 내 몫인데, 성과가 없으면 무기력함과 자책이 쌓이고, 어느새 ‘나는 왜 퇴사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불규칙한 수면과 불안정한 생활 리듬
회사 다닐 땐 싫어도 아침 7시에 일어났어요. 그런데 전업 투자를 시작하자 수면 리듬이 망가졌어요. 밤 12시까지 차트를 보고, 해외증시 체크하다가 34시에 자고, 점심 무렵 일어나기도 했죠. 이렇게 리듬이 깨지니까 피로가 쌓이고,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사회적 고립감도 커졌어요.
몸이 무기력해지니까 운동도 안 하게 되고, 밖에 나가서 햇빛을 쐬는 시간도 줄어들었어요. 심지어는 친구들과 약속도 꺼리게 되더라고요. “넌 요즘 뭐해?”라는 질문이 괜히 불편했고, 수익이 좋지 않으면 만나기도 싫어졌어요.
끊임없는 정보 탐색과 불안한 심리
전업 투자자에게 정보는 생명이에요. 아침 뉴스, 증권사 리포트, 유튜브, 해외 기사까지… 처음엔 재밌었는데, 나중엔 하루 종일 스크린 4개에 눈을 고정한 채로 마치 감시병처럼 앉아 있었어요. 그 와중에 종목이 빠지면 심장이 덜컥하고, 급등하는 종목을 놓치면 자책이 밀려왔죠.
이렇게 하루 종일 긴장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저녁에는 말 한마디 하기조차 힘든 상태가 돼요. 퇴근은 없고, 거래 종료 후에도 복기와 리포트 정리에 몰두해야 했죠. 일하는 시간은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 길었어요. ‘자유로운 삶’이 아니라, 감정에 휘둘리는 삶이었어요.
수익과 손실, 계산서가 남긴 상처
전업 투자의 가장 민감한 부분은 바로 수익과 손실이에요. 나도 처음엔 자신 있었어요. 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서 현실은 냉정했어요. 이 파트에서는 수익 구조, 실제 손실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충격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상승장과 하락장의 온도차
전업 투자 시작 초기에는 운이 좋았어요. 2021년 초였고, 코스닥과 코인이 모두 상승세였어요. 거래량도 많고, 테마주도 한창 달릴 때였죠. 하루에 20만~30만 원 벌어들이는 날도 있었어요. 월 수익이 500만 원을 넘는 달도 있었고요.
하지만 문제는 그게 지속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시장은 2021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꺾였고, 코인은 금리 인상 시기에 들어가며 대폭락을 맞았어요. 한순간에 내 계좌는 반 토막이 났어요. 장기 보유 종목은 우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단타 종목은 매수만 하면 떨어졌어요.
오히려 수익을 냈던 상승장보다 손실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진짜 실력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레버리지, 손절 타이밍 실패
처음에는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어요.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수익이 줄고 손실이 커지자, 욕심이 생겼어요. “이만큼 떨어졌으니 반등하겠지.” 그렇게 2배, 3배짜리 레버리지 ETF와 코인을 매수했고, 반등을 기다렸죠.
결과는 참혹했어요. 원금의 60%가 날아갔고, 손절 시기를 놓치면서 ‘계좌를 다시 열어보기조차 두려운’ 상태가 됐어요. 특히 시드를 지키지 못하면 그 다음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돈보다 더 아픈 건 자신감 상실
돈을 잃는 것도 아프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는 건 더 아팠어요. 투자에 성공했던 기억들이 모두 ‘시장이 좋아서’였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그동안의 자신감이 무너지더라고요.
한동안은 차트를 보기도 싫었어요. 매수 버튼을 누르기까지 30분 이상 망설인 적도 있어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결정이 또 틀릴까 봐 무서운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투자에서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비로소 알게 됐어요.
정신적, 사회적 고립과 감정의 변화
전업 투자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삶의 균형과 연결된 문제라는 걸 점점 깨닫게 됐어요. 이번 파트에서는 내가 느꼈던 심리적 위기, 인간관계의 단절, 그리고 외로움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해볼게요.
외부 자극 없는 일상은 멘탈을 약화시킨다
회사에 다닐 땐 상사 눈치, 회의 스트레스가 힘들었지만, 그 자극 자체가 내 멘탈을 지탱하는 일종의 구조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회의실에서 부딪히며, 누군가와 토론하고, 때로는 불만을 말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했어요.
그런데 전업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는 하루에 말 한마디 안 하고 지나가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러면 머릿속이 계속 돌아가요. “이건 내가 잘못한 걸까?”, “왜 이렇게까지 됐지?”, “퇴사하지 말 걸 그랬나?” 이런 생각이 나를 갉아먹었어요.
가족과 친구에게 말 못 하는 감정
돈을 잃고 있을 때는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렵더라고요. “괜찮아, 다시 벌면 되지”라는 위로조차도 듣고 싶지 않았어요. 가족들에게는 괜히 걱정시킬까 봐 말 못 했고, 친구들에게는 ‘퇴사한 주제에’라는 시선이 두려웠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연락을 끊고 집 안에만 갇혀 있었어요. 스마트폰 알람은 꺼두고,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았어요. 투자는 점점 돈이 아니라 내 ‘존재감’과 맞바꾸는 게임이 되어버렸어요.
자존감 하락과 회복 불가능한 불안감
퇴사 전에는 그래도 회사라는 소속감이 있었어요. “나는 직장인이야”라는 정체성이 있었죠. 그런데 퇴사하고 투자마저 실패하자,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지배했어요. 하루를 허비하면 ‘나는 게으른 사람’이라는 죄책감이 들고, 손실이 나면 ‘나는 무능한 사람’이라는 자책이 따랐어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무기력감이 엄청나요. 나중엔 밥을 차려 먹는 것도 귀찮아지고, 샤워도 미뤘어요. 이때 깨달았어요. 투자는 돈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요.
퇴사와 전업 투자를 후회하게 된 계기
어떤 선택이든, 그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후회를 하게 돼요. 하지만 후회는 단순히 ‘수익을 못 냈기 때문’이 아니었어요. 전업 투자자의 삶은 수익 이상의 무게를 동반했고,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거예요. 이 파트에서는 내가 왜 전업 투자를 후회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를 정리해볼게요.
수익보다 무서운 멘탈의 무너짐
투자란 결국 확률의 게임이에요.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당연히 수익이 항상 이어지진 않을 거란 것도 알았어요. 하지만 그 가능성을 머리로만 이해했지,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던 거예요.
전업 투자자로 지낸 1년 동안 나는 내 자신을 점점 부정하게 되었어요. 성과가 없으면 의미도 없고, 손실이 나면 가치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내 존재의 기반이 흔들리는 기분이었어요. 그것이 전업 투자에서 가장 무서운 일이었어요.
불확실성에 대한 취약성
회사는 적어도 ‘내일이 있는 곳’이었어요. 상사가 싫고, 일이 재미없더라도 ‘월급날’이라는 기준이 있고, 연말 정산도 있고, 동료와의 회식도 있어요. 그런데 전업 투자자는 모든 것이 내 결정이고, 모든 결과도 내 책임이에요.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고, 고정적인 수입도 없어요.
그 불확실성 속에서 6개월만에 예비자금은 고갈되고, 투자 계좌는 반 토막 나고, 매일이 ‘오늘 버티면 내일은 좋아질까’ 하는 불안으로 채워졌어요. 나는 불확실성에 약한 사람이라는 걸, 그때 처음 인정하게 되었어요.
결국 돌아가고 싶었던 ‘루틴 있는 삶’
퇴사 후 1년이 지나자, 나는 점점 ‘루틴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이 생겼어요.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고, 회사에 출근해서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일의 끝이 있는 하루. 그 일상은 단조롭지만 안정적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삶의 축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였어요.
결국 나는 다시 구직을 시작했고, 6개월 만에 재입사에 성공했어요. 월급은 예전보다 적었지만, 매달 돈이 들어온다는 안정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회사가 ‘꿈을 방해하는 곳’이 아니라, 때로는 나를 보호해주는 울타리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자주 묻는 질문
Q1. 전업 투자를 후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단순히 수익이 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생활의 안정감과 자존감이 무너졌기 때문이에요. 투자에서 실력보다 멘탈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체감했고, 일상의 구조가 무너졌을 때 오는 고립감과 무기력함이 가장 힘들었어요.
Q2. 전업 투자자는 준비만 철저하면 가능한가요?
A2. 가능은 해요. 하지만 ‘돈’만 준비해서는 안 되고, 멘탈 관리, 일상 루틴, 사회적 연결 유지, 최소 2~3년 수입 공백 버틸 자금까지 고려해야 해요. 특히 손실 구간에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요.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Q3. 전업 투자 중 가장 위험했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A3. 수익률이 나쁠 때가 아니라, 연속 손실 이후 회복하려고 무리한 레버리지를 썼던 시기예요. 그때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으로 매매했고, 결국 더 큰 손실을 불렀어요. 매매를 감정으로 하면 계좌가 아니라 삶 전체가 흔들려요.
Q4. 다시 회사를 다니는 건 어떤가요?
A4. 처음엔 적응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고정 수입과 구조화된 일상이 나를 안정되게 만들어줬어요. 퇴사 전엔 몰랐던 감사함이 생겼고, 지금은 투자는 ‘부업’으로 관리하면서 일과 병행하고 있어요. 그게 나에게는 더 맞는 방식이었어요.
Q5. 전업 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A5. “꼭 해봐야겠다면 해보되, 되돌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절대 모든 걸 걸지 마세요. 테스트 기간을 두고, 수익률이 아닌 ‘생활 적응력’을 점검해보세요. 투자보다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해요.
지금 다시 돌아보면, 그 1년간의 전업 투자 경험은 ‘실패’라고만 말하기엔 너무 많은 걸 남겼어요. 내 한계를 알게 됐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형태가 무엇인지도 알게 됐어요. 많은 사람이 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그 자유가 반드시 전업 투자로만 오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나는 지금도 투자를 해요. 하지만 이제는 나의 시간과 안정된 삶을 우선순위에 두고, 투자 수익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관리해요. 그게 나에겐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에요.
만약 당신이 지금 전업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해요. 전업 투자는 ‘쉬운 길’이 아니에요. 오히려 가장 외롭고 불확실한 길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길을 간다면, 반드시 나를 지킬 수 있는 기준과 원칙부터 먼저 만들어야 해요.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이야기 뒤에는 수많은 후회와 절망도 존재해요. 그리고 나는, 그 중 하나의 목소리로 이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