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시장 이해하기
현물 투자를 하다 보면 “왜 지금 가격이 이렇지?”라는 의문이 끝없이 따라붙어요. 그런데 선물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현재가가 아니라 ‘미래에 얼마에 사고팔까’를 두고 매일 수많은 거래가 오가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선물(先物)은 말 그대로 ‘앞으로 인도될 물건’의 가격을 지금 정해 두는 계약이에요. 실제 물건이 손에 오가는 대신 계약서만 쥐고 가격 변동을 이용해 수익을 노리는 셈이죠. 이 장에서는 선물이 태어난 배경, 가격 결정 방식, 그리고 왜 “롱은 길게, 숏은 짧게”라는 격언이 생겼는지까지 밑그림을 그려 볼게요.
선물이 필요한 진짜 이유
선물 거래는 19세기 미국 시카고 곡물 시장에서 시작됐어요. 옥수수·밀 농부들이 “수확철에 가격이 폭락하면 어쩌지?” 하고 불안해했죠. 반대로 제분소는 “그때 가격이 오르면 원료를 못 사”라고 걱정했어요. 양쪽 모두 미래 가격 불확실성이 두려웠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 미리 계약서를 써 두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농부는 수확 전에 팔 가격을 확보해 안심하고, 제분소는 살 가격을 확정해 공장 가동을 계획할 수 있었어요. 이처럼 선물은 누군가에겐 ‘위험회피(헤지)’ 수단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투자’ 수단이에요. 시간이 흘러 원유·금·주가지수까지 품목이 늘고, 현재는 하루 거래액이 현물보다 더 커진 시장도 있을 정도예요.
만기와 롤오버의 원리
선물 계약에는 만기가 있어요. 계약서에 “2025년 6월 네째 목요일” 같은 날짜가 박혀 있죠. 만기가 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해요. 첫째, 실제 인수도(실물 인수나 현금 결제)를 하거나, 둘째, 다음 만기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해요. 개인 투자자는 대부분 롤오버를 선택해요. 이때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콘탱고(선물이 현물보다 비싼 구조)·백워데이션(선물이 현물보다 싼 구조)’라고 불러요. “롱 포지션은 길게, 숏 포지션은 짧게”라는 말은 바로 이 만기 구조와 롤오버 비용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레버리지와 증거금의 세계
선물 계좌를 열고 가장 놀라는 건 ‘작은 돈으로 큰 계약’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S&P 500 선물 한 계약이 20만 달러어치여도 증거금은 1만~2만 달러면 돼요. 10배 레버리지인 셈이죠. 가격이 1%만 움직여도 계좌 수익률은 10%씩 출렁여요. 그래서 롱(매수)·숏(매도) 어느 방향이든 ‘손절’을 더 신속히 해야 해요. 롱 포지션은 이자 · 롤오버 비용이 들지만 시간과 함께 시장이 우상향한다는 “비용견딜만하면 언젠가 오른다” 심리가 있어 버티기 쉽고, 숏 포지션은 이론적으로 손실 한도가 무한대라 오래 끌면 계좌가 순식간에 터질 수 있어요.
롱 포지션을 길게 가져가는 전략
“롱은 길게”라는 말은 단순히 오래 들고 있으라는 주문이 아니에요. 장기 상승 흐름을 타되, 비용과 변동성을 감내할 체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이 장에서는 왜 우상향 자산에서 롱 포지션을 잡고 길게 가져가는 편이 통계적으로 유리한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경험적으로 풀어볼게요.
우상향 자산과 승률의 관계
주가지수·원자재·비트코인 등 장기 성장 스토리가 있는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물 가격이 평균적으로 올라요. S&P 500은 100년간 연평균 10% 정도 올랐고, 금은 통화가치 하락을 따라 장기 우상승했어요. 이런 자산의 선물을 ‘롱’으로 사면, 변동성을 제외하고 방향 베팅이 일단 시장 편에 서 있는 셈이에요. 제가 미국 지수 선물을 처음 산 건 코로나 직후였는데, 하루에 지수가 7%씩 빠졌다 오르다 해서 공포가 컸어요. 그럼에도 “연준이 돈 풀 거다” 믿음으로 포지션을 유지했더니 3개월 만에 35% 수익을 거뒀죠. 물론 “이쯤이면 고점”이라며 팔았다 다시 들어가는 요령은 초반에 없었어요. 그래서 “길게 버틴다” 전략이 간단해 보여도, 실제론 공포를 견디는 인내가 핵심이에요.
롤오버 비용과 콘탱고 함정
롱 포지션을 오래 끌면 롤오버를 반복해야 해요. 콘탱고 구간에선 먼 만기 선물이 현물보다 비싸서 롤오버 때마다 ‘비용’을 지불해요. 예를 들어 현물이 100, 근월물 선물이 101, 차월물이 102면 계약을 갈아탈 때마다 1씩 손해를 보는 셈이죠. 저는 WTI 원유가 30달러일 때 “바닥”이라 판단해 롱을 넣었는데, 몇 달 내내 롤오버 비용이 톱니처럼 계좌를 갉아먹었어요. 결국 40달러 돌파 때까지도 손익분기점 겨우 넘기더라고요. 해결책은 “상방이면 콘탱고가 얕아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스프레드(차월-근월) 롱·숏”으로 비용을 상쇄하는 거예요. 다만 초보라면 비용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롤오버하되 수익 목표를 더 길게 잡기’가 낫다는 게 제 경험이에요.
시간 분산과 멘털 관리
롱을 길게 끌면서 가장 힘든 건 “시장 잡음”이에요. 뉴스 한 줄에 새벽 4시에 깼다가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요. 저는 ‘정보 디톡스 시간’을 정했어요. 런던 세션이 끝난 새벽 2시부터 뉴욕 마감까지 2시간 동안은 차트를 아예 끄고, 스트레칭이나 독서로 머리를 비웠죠. 덕분에 미국 CPI 발표 같은 빅 이벤트 때도 심호흡이 쉽게 나왔어요. 또 포지션당 손실 한도를 증거금의 5%로 잡아 두면 강제 청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롱은 길게”란 말은 ‘버티는 힘’과 ‘멘털 장치’가 세트로 구축돼 있어야 현실이 된다는 걸 배우게 해줬어요.
숏 포지션을 짧게 가져가는 전략
“숏은 짧게”의 진짜 의미는 ‘수익 목표를 빠르게 챙기고, 불리해지면 단칼에 자르는 습관을 가져라’예요. 이유는 단순해요. 자산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속성이 있어서 가격이 하락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짧고, 반등은 폭이 크고 빠르거든요. 숏은 하락 1·2차 파동까지만 잡고, 3차 파동이면 이미 스프링처럼 되돌릴 힘을 축적한 상태라고 보는 게 안전해요.
급락장에서 숏은 ‘꿀꺽’이 빠르다
저는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뉴스로 나스닥 지수가 2주에 15% 빠질 때 숏 포지션을 잡았어요. 하루에 3%씩 떨어지니 계좌 수익률이 30% 넘게 찍혔죠. 그런데 딱 그 즈음 연준이 “어쩌면 속도 조절”이라는 신호를 흘리자 2거래일 만에 6%가 반등해 수익이 반 토막 났어요. 숏은 이런 반등에 순식간에 털리기 쉬워요. 그래서 숏은 ‘한 방향 한 템포’만 먹고 나와야 해요. 급락 후 기술적 반등 구간을 욕심 내다 전부 뱉는 건 자주 보는 패턴이죠.
롤오버와 백워데이션 이익
숏 포지션은 백워데이션 구간에서 유리해요. 선물이 현물보다 싸면 롤오버할 때 가격이 싸져 ‘이익’을 보거든요. 예를 들어 근월 100·차월 99일 때 근월을 청산하고 차월로 갈아타면 1이 수익으로 붙어요. 다만 백워데이션은 시장 공포가 극심하거나 공급이 부족할 때 잠깐 나와요. 한 번 잡으면 이득이 꽤 쏠쏠하지만, 구조가 콘탱고로 돌아서면 롱보다 더 빨리 비용이 커져요. 그래서 숏을 길게 들고 있다 보면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어 ‘시간의 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변동성 + 레버리지 = 파괴력
숏은 ‘마이너스 무한대’ 리스크가 있어요. 예컨대 50달러에서 WTI를 숏 쳤는데 중동 발 유가 쇼크로 120달러까지 급등하면 140%가 손실이죠. 증거금 10% 레버리지라면 계좌가 순식간에 전액 청산돼요. 그래서 숏은 “손절은 얇게, 목표는 욕심 없이”가 필수예요. 저는 손절을 진입가의 3%로 고정해요. 더 작은 손절을 쓰면 노이즈에 잘려 나가고, 더 큰 손절은 손실이 커 버려 다음 진입 자금이 줄어들어요. 숏은 ‘기회가 자주 온다’는 점이 장점이라, 손실을 빨리 끊어도 다음 번에 다시 노릴 수 있어요.
리스크 관리와 심리 훈련
롱이든 숏이든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매매법보다 ‘리스크 관리’와 ‘멘털’이에요. 제가 잃어 가며 배운 실전 팁과, 선배 트레이더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 원칙을 모아 공유할게요.
증거금·포지션 사이즈 공식
계좌 1만 달러로 S&P 선물(계약당 20만 달러, 증거금 1만 달러)을 한 계약 사면 레버리지 20배예요. 1% 변동에 계좌가 20% 출렁이죠. 저는 5배 넘는 레버리지는 대부분 손절 후 롤러코스터를 탔어요. 그래서 현재는 ‘현금 × 3배 = 계약 명목가’를 넘기지 않아요. 만약 계좌 2만 달러면 6만 달러어치까지만 포지션을 잡는 거예요. 덕분에 한 번 손절해도 계좌가 10% 이내로만 줄어, 멘털이 흔들려도 다시 진입할 총알이 남아요.
손절·익절 자동화
사람 마음은 긴급 상황에서 늘 늦어요. 저는 주문을 넣을 때부터 손절·익절 조건부 주문을 같이 깔아요. 예를 들어 “진입가 4,000포인트, 손절 3,880, 목표 4,120”처럼요. 손절 +3틱에 익절 −3틱까지 ‘취소·재진입’ 트레일 방식을 써서, 모멘텀을 놓치지 않고 리스크도 제한해요. 눈으로 차트를 보며 클릭하면 시장이 빠르면 0.3초에 1틱씩 움직이는데, 내 손은 1초에 한 번 클릭하니 속도가 안 맞아요. 자동 주문은 멘털도 편안해요.
트레이딩 저널과 데이터 회고
한 달 매매가 끝나면 엑셀로 ‘진입 이유·손절 이유·결과’를 정리해요. 50계약 중 손익비 1:1.2 이상과 승률 55% 이상이면 다음 달도 같은 전략을 유지해요. 만약 승률이 45%로 떨어지면 차트 스크린샷을 뜯어봐요. 대부분 “뉴스 발표 10분 전 FOMO 진입” 같은 무리수가 포지션을 망치더라고요. 이 과정을 매달 반복하니 ‘강제 다이어트’처럼 불필요한 습관이 빠졌어요.
자주묻는질문
Q1. 선물 투자를 시작하려면 최소 자본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A1. 국내 지수 선물은 500만 원 안쪽 증거금으로도 한 계약이 가능해요. 다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손절 폭까지 감당하려면 최소 1,000만 원은 있어야 ‘손실 한두 번’에 계좌가 날아가지 않아요.
Q2. 롱 포지션을 1년 이상 끌고 가도 괜찮나요?
A2. 지수·원자재처럼 우상향 자산은 가능하지만, 콘탱고 롤오버 비용을 고려해야 해요. 수익률이 비용보다 높을지 시뮬레이션하고, 레버리지를 낮춰 자본 잠식 위험을 줄이는 게 안전해요.
Q3. 숏 포지션에서 강제 청산을 피하려면?
A3. 손절 라인을 진입 전 미리 지정하고 자동청산 주문을 걸어야 해요. 증권사별 ‘예상 증거금 변동표’를 참고해 급등 시 증거금 부족이 생기지 않도록 여유 현금을 30% 이상 두면 강제청산 확률이 크게 줄어요.
Q4. 롤오버는 언제 하는 게 유리한가요?
A4. 거래량이 근월·차월물 간 급격히 역전되는 시점(통상 만기 5영업일 전)부터 유동성이 옮겨가요. 이때 스프레드가 갑자기 벌어지거나 줄어드니, 롤오버 전 스프레드 흐름을 보고 ‘가장 얕은 구간’에서 갈아타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Q5. 초보자가 참고할 만한 선물 투자 서적이나 사이트가 있나요?
A5. 국내서는 『선물·옵션 실전 가이드』가 기본 개념을 잡기에 좋아요. 해외 트레이더 경험을 원하면 브렌트 페니포크의 『Trading Commodities and Financial Futures』를 추천해요. 일일 변동성·콘탱고 지표는 CME Group이나 KRX 홈페이지, 투자 커뮤니티 ‘미니S&P 게시판’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요.
어떤 날은 차트가 가파른 산봉우리처럼 올라가고, 어떤 날은 수직 낙하처럼 급락해요. 선물 시장은 ‘뒤로 가는 시계’가 없어서 결정이 늦으면 그대로 손실이 찍혀요. 그래서 롱은 길게, 숏은 짧게—이 간단한 격언이 살아남은 이유를 몸으로 깨닫게 돼요. 우상향 자산의 롱 포지션은 시간을 아군으로 삼아 헤지·롤오버 비용을 견디며 천천히 열매를 맺고, 숏 포지션은 변동성이 폭발할 때만 빠르게 꿀꺽하고 나오는 ‘딱 한입 전략’이 통한다는 사실이요.
선물 투자는 남이 모르는 비밀 규칙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장이 주는 확률 게임을 얼마나 성실히, 그리고 절제하며 따라가느냐에 달려 있어요. 오늘도 시세는 오르고 내리지만, 계좌를 지키는 규칙은 변하지 않아요. 손절은 얇고 빠르게, 익절은 분할로 챙기고, 무엇보다 롱은 긴 호흡으로, 숏은 짧은 찰나에 승부를 보는 원칙을 가슴에 새긴다면, 변동성의 파도도 언젠가는 잔잔한 수익 곡선으로 보답할 거예요.